[백은주의 와인 테이스팅] 07. 버블의 발견, 스파클링 와인 테이스팅의 하드캐리
헨리의 법칙
1803년 과학자 윌리엄 헨리는 일정한 압력 하에서 가스가 용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 ‘헨리의 법칙’이라는 이론을 정립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샴페인 지방에서는 이보다 훨씬 전 비록 이론은 몰랐지만 ‘헨리의 법칙’을 현실에 적용해왔다는 것이다. 바로 ‘용해된 가스와인 ’샴페인을 즐겨온 것이다. 샴페인, 즉 스파클링 와인은 2차 발효를 통해 얻어진 용해된 가스 ‘기포’를 즐기는 와인이다. 기포는 ‘작은 공기방울’이다. 그래서 페리뇽 수사가 ‘하늘의 별’이라 칭했다.
잠잠하던 와인에 기포가 생기면서 와인은 화려해지고 더욱 생동감 있게 변했다. 흥과 즐거움이 있는 자리라면 어디든 스파클링 와인은 사랑을 받아왔다. 따라서 테이스팅을 할 때에도 일반 와인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버블을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소품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파클링 와인은 와인 더하기 버블이 아니라 버블을 통해서 또 다른 풍미를 창조해내는 새로운 영역인 것이다. 그럼 샴페인 기포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 또 이를 테이스팅 시행 시 어떻게 파악하는지 알아보자.
소리의 여운
와인을 테이스팅 할 때에는 먼저 외관을 본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은 외관을 보기 전 또 하나의 즐거운 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기포는 소리를 전달한다. 스파클링 와인이 열리고 난 후 기포는 소리와 리듬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와인을 따른 잔을 귓가에 대고 잠시 감상해보자. 심포니 서곡과 같은 조화로운 음악을 듣다 보면 스파클링 와인은 자신의 실체를 서서히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슛 쏘아대는, 낙엽이 사각거리는, 레이스 천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새들이 지저귀는 또는 조용히 소곤대는’ 소리 등으로 표현한다.
와인의 외관과 버블
와인의 외관에서 본격적으로 기포를 평가해야 한다. 기포의 외관을 기준으로 와인의 개성이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 기포의 외관은 사이즈(fine, medium), 올라가는 모양(그룹으로 움직이는지, 개별적으로 올라가는지), 속도(빠르게, 느리게), 지속력(짧음, 오랫동안 남아있음)을 살펴본다.
먼저 기포 사이즈는 와인의 품질과 관련이 없다. 일반적으로 사이즈가 작아야 좋은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기포 사이즈는 와인의 품질보다는 CO2 양과 잔 높이와 관련 있다. 즉 CO2 양이 많을수록 기포 사이즈가 작아지고 와인 잔 길이가 길수록 기포가 커진다. 기포의 품질은 사이즈보다는 와인 잔 상층부에 떠오르는 버블 테두리가 중요하다. 버블 링은 마치 진주목걸이처럼 촘촘하게 띠를 두르고 있어야 하고 단층보다는 서너 줄 겹쳐 있는 모양을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기포의 품질 즉 좋은 버블은 와인의 품질과 관련성이 있을까? 다시 말해 좋은 품질의 기포는 와인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기포는 와인 향이 더 강하게 나도록 증폭시켜주고 신 맛을 증가시켜줘 프레시함을 더해준다. 와인의 계면 활성 성분이 향에 영향을 주고 탄산(carbonic acid)은 산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 때의 기포는 와인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밸런스는 기포와 풍미가 서로 어울려야 한다. 기포가 지나치게 풍미를 가려서도 안되고 자극적인 신맛을 내서도 안 된다. 이렇듯 기포는 스파클링 품질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텍스쳐
입안에서 느껴지는 기포의 텍스쳐는 “mouthfeel”이라고도 불린다. 텍스쳐는 와인의 나이와 연결된다. ‘날카로운’, ‘부드러운’ 그리고 ‘벨벳’과 같은 표현으로 텍스쳐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어린 스파클링 와인은 주로 샤프하거나 생동감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더욱 섬세하고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오래된 빈티지 샴페인을 맛보면 크리미하며 섬세하다. 결국 샴페인은 나이가 들수록 색은 깊어지고 기포는 부드러워지며 이스트 풍미는 비스킷 카라멜 향으로 발전한다.
Deutz 샴페인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2005 도츠 샴페인의 기포가 신선하면서 상큼한 맛으로 자극을 주었다면 (비록 똑 같은 와인은 아니지만) 1999 도츠 샴페인은 부드럽게 감싸주는 섬세한 결을 느낄 수 있다.
김사인 시인은 시를 읽을 때 사랑을 투입하라고 한다.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에는 오감을 투입해야 한다. 마치 전기 콘센트를 꽂아 전기가 흘러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오감을 동원하여 상상력에 불을 지르지 않고는 스파클링 와인을 테이스팅할 수 없다. 진부한 것에 생명을 불어넣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 그것이 와인의 버블이며 버블의 발견이다.
WRITTEN BY 백은주 (Eunjoo Baik)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 워터, 티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교수 / 부산가톨릭대학교 와인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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