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30.와인의 향기가 나는 사람
와인 향을 맡을 때 먼저 냄새가 깨끗한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와인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코르크로 인한 이상일 때가 가장 많다. 곰팡이 냄새, 젖은 종이 냄새가 난다. 산화 방지를 위한 이산화황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성냥 태운 냄새가 나기도 하고, 산화됐을 경우 캐러멜에서 나는 탄 냄새가 난다. 아세트산 박테리아와 산소가 접촉하면 매니큐어나 식초 냄새가 난다.
흔히 “사람이 코로 감지할 수 있는 냄새는 30% 정도밖에 안 되며 경험이나 언어적 표현을 통해 나머지 70%를 더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나와 남동생은 실제로 와인을 마시면서 옛날 경험들을 떠올린다. 옛날에 먹었던 프랑스 요리부터 예전에 읽었던 책, 어린 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그림 등이 내 안에 새겨져 있어 그것들이 와인의 맛과 함께 다시 연상되는 것 같다. 어릴 적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은 와인뿐 아니라 표현하는 사람으로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기 다다시의 책 ‘와인의 기쁨’에서)
향과 맛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기억하는 향기와 맛의 종류 그리고 경험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함께 와인을 마시는 가족·친구가 있다면 더 좋다. 같이 나눈 추억과 경험,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들만의 이야기와 언어로 와인과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태도나 분위기’를 사람 냄새라 한다. 꽃마다 향기가 있고 와인에도 다양한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사람 냄새가 있다. “꽃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한다. 나만의 향기나 추억이나 경험으로 와인의 다양한 향기를 느낄 수 있듯, 사람 향기도 그 사람의 느낌과 이미지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같은데, 가끔 자신도 모르게 냄새만으로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 타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있어.” 영화 ‘기생충’ 대사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냄새에 얼굴을 찌푸렸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나쁜 냄새가 나는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와인의 아로마가 넘쳐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코르크로 인한 이상이 생겼을 때나 와인이 산화됐을 때처럼 역겨운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나의 향기는 나 자신이 만들 수 있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