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11. 와인 숙성과 설렘
와인의 숙성은 포도 성분이 발효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성분과 기존 성분이 섞이면서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발효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와인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효모의 향과 탄산가스 등이 섞여 향과 맛이 거칠기 때문에 바로 마실 수 없다. 맛과 향의 조화를 위해 일정 기간 숙성이 필요한데 기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포도의 품종, 와인의 스타일, 원산지, 수확 시기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발효가 끝나서 마실 때까지 기간, 탱크나 오크통 혹은 병에서 마실 때까지 변화를 의미하고 와인의 타닌, 산도 그리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야 중·장기적으로 숙성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향과 맛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과일의 품질과 특징이 있어야 한다.
슬로베니아의 와이너리 포도밭에서 와인 한 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와인은 대체로 숙성 기간이 길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소비된다.
하지만 최상급 와인 대부분은 오크통이나 병 속에서 숙성을 시켜야만 더욱 맛이 좋아진다.
초기의 거친 풍미와 타닌이 강한 와인일수록 숙성을 시키면 향과 맛이 좋아진다. 최상급 와인 중에는 최소한의 숙성 기간을 법으로 정해놓기도 한다.
이제 와인을 마시기 전 어떤 향과 맛이 날까 상상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가슴이 쿵쿵 뛰는 설렘. 만나면 기대보다 더 반갑고 기쁜 사람처럼 와인을 마시고 난 뒤 입안 가득히 여운이 남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한 걸음 뒤로 두고 언제든지 돌아갈 그런 만남은 재미가 없다. 나 없는 자리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 되는 그런 사랑은 싫다. 빈자리가 있어도 그 허전함이 좋은 사랑처럼 잔은 비었지만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잔향 가득한 와인을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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