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붉은 포도밭(The Red Vineyard)’

2021.05.1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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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붉은 포도밭(The Red Vineyard)’



파리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한 반 고흐는 1888년 2월 아를로 가게 된다. 그는 아를에 머무는 동안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약 16개월 동안 187점의 작품을 남겼다. 1888년 10월 23일 폴 고갱이 아를에서 합류하여 함께 생활하며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정확히 2개월 후에 두 화가의 다툼 끝에 반 고흐가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르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반 고흐는 ‘붉은 포도밭’을 1888년 11월 4일에 그렸는데 이때는 폴 고갱과 아를에서 사이 좋게 지낼 때이었으며 야외에서 그린 것이 아니고 다음날 기억으로 그린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그가 동생 테오에게 그림을 그린 후에 보낸 편지에 기록되어 있다.

“온통 자주색과 노란색으로 그린 포도밭 그림을 막 완성했다. 작게 그린 인물들은 푸른색과 보라색이고 태양은 노랗다. 내 생각에 몽티 셀리의 풍경화 중 하나와 나란히 걸어두면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자주 기억에 의지해서 그림을 그려보려 한다. 기억으로 그린 그림들은 직접 나가 자연 속에서 그린 그림들보다 덜 어색하고 더 예술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미스트랄이 불어올 때는 유용한 방법이다. 지금 이곳은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혼자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스럽구나. 날씨가 나쁜 날이면 기억을 더듬어 작업하는데, 내가 혼자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 고갱도 <밤의 카페>를 완성했다. 그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고갱은 요리도 완벽하게 할 줄 안단다. 나도 배워볼까 한다. 정말 편하거든.”(신성림 옮기고 엮음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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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작품 ‘붉은 포도밭, The Red Vineyard’, 1888/ 



반 고흐는 1888년 10월 2일에 친구인 시인 외젠 보쉬(Eugene Bosch)에게 보낸 편지의 끝부분에 이 작품을 그릴 계획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이 있다;
“Ah well, I have to go to work in the vineyard, near Montmajour. It’s all purplish yellow green under the blue sky, a beautiful, colour mot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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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보쉬에게 쓴 반 고흐의 편지 (출처: http://www.eugeneboch.com/letter.htm)/

 


‘붉은 포도밭’은 미술사에 있어서 아주 큰 의미를 갖는데 그 이유는 이 작품이 반 고흐가 살아있을 때 판매된 유일한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 고흐가 그린 약 1,000여 점의 드로잉과 스케치 중에 일부가 그의 생존 시에 팔리기는 했다고 한다. 또한 그가 그린 약 900점의 유화 중에서 10점 정도 판매되었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입증된 것은 ‘붉은 포도밭’이 유일하다. 이 작품은 1890년 브뤼셀에서 열린 XX Art Expo에서 전시되었는데 외젠 보쉬의 누이이자 벨기에의 화가인 안나 보쉬(Anna Bosch)가 400프랑(현재의 가치로는 약 1,600 US$)에 구입하였다. 작품이 아름답고, 전시회에 도착할 때 많은 비판을 받은 반 고흐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싶었으며, 늘 가난했던 그의 재정적인 어려움에 도움을 주고 싶었고, 그와 친구인 동생 외젠 보쉬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은 생각 등이 작품 구입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안나 보쉬는 반 고흐의 작품 <붉은 포도밭>을 1906년에 파리에 있는 베른하임 갤러리(Galerie Bernheim)에 10,000프랑을 받고 판매하게 된다. 같은 해에 다시 러시아의 기업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세르게이 슈추킨(Sergei Shchukin)에게 팔린다. 안나 보쉬가 반 고흐의 작품을 팔게 된 동기는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반 고흐의 작품에 압도되어 창작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1918년 11월 레닌에 의해 슈추킨이 소장하고 있던 예술작품은 압수되었고 그 후 ‘붉은 포도밭’은 러시아 정부의 소유로 되어 현재 모스크바의 푸슈킨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만약 동시에 여러 미술작품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 반 고흐의 이 작품보다 더 고가에 팔릴 작품은 파리의 루브르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가 유일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그 이유는 작품성 이외에도 ‘붉은 포도밭’이 반 고흐가 살아있을 때 팔린 유일한 작품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때문이다.

반 고흐가 포도밭을 예술로 표현한 것에는 이외에도 1890년에 그린 ‘농촌 아낙이 있는 오래된 포도밭, Old Vineyard with Peasant Woman’과 ‘오베르가 보이는 포도밭, Vineyards with a view of Auvers’, 그리고 1888년 9월에 그린 ‘Green Vineyard’가 있다. 후자는 ‘붉은 포도밭’ 보다 반 고흐가 두 달 먼저 그렸지만 미술사에서 ‘붉은 포도밭’ 보다 큰 의미를 갖지는 못했다. 반 고흐는 와인과 압셍트를 즐겨 마셨다고 하지만 압셍트를 마신 것으로 훨씬 더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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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아낙이 있는 오래된 포도밭, Old Vineyard with Peasant Woman>,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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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가 보이는 포도밭, Vineyards with a view of Auvers>, 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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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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