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사랑(1)

2021.05.1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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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사랑(1)



영국 왕정복고기의 기교적 희극 작가였던 윌리암 위철리(William Wycherley 1641~1715)는 “와인은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만, 사랑은 자유를 앗아간다. 와인은 우리를 왕자로 만들지만, 사랑은 우리를 거지로 만든다(Wine gives us liberty, love takes it away. Wine makes us princes, love makes us beggars).”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그는 와인애호가였지만 쓰라린 사랑의 경험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여러 번 보았을지도 모르죠. 아무튼 와인이 인연이 되어 사랑에 빠질 경우 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을 지가 궁금합니다.


현명한 사랑의 접근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에는 ‘포도나무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칠레 시골 마을에서 포도농장을 하는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이 포도농장을 방문하여 포도를 사려고 하니 청년은 정성스럽게 포도를 따서 바구니에 담아 그 여인에게 전하며 터무니없이 아주 비싼 가격을 불렀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죠?”라고 여인이 청년에게 묻자 청년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정말 맛있는 포도입니다. 세상 그 어떤 포도보다 맛에 있어선 자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하나 더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높은 값을 부른 이유는, 이 포도들이 열린 한 그루 포도나무를 통째로 선물하고 싶어서입니다. 그러니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와서 이 포도나무에 달린 포도를 따가십시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값을 치르고 포도나무 한 그루를 선물 받으시겠습니까?”
여인은 흔쾌히 승낙했고, 해마다 초가을 무렵이 되면 청년은 포도를 따러 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여섯 번째 가을이 되던 해, 두 사람은 포도나무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만약 여인의 아름다움에 홀려 돈도 받지 않고 그냥 포도송이를 건네 주었다면 청년은 또다시 그 여인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포도나무까지 돈도 받지 않고 선물했다면 여인은 굳이 이곳에 포도를 따러 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무례하지만 돈을 받음으로써 그녀가 청년의 포도농장에 와야 하는 이유까지도 선물했던 겁니다.


사랑으로 탄생한 오스트리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
독일 슈투트가르트 태생의 로버트 슐룸베르거(Robert Schlumberger, 1814~1879)는 젊어서 부친을 잃게 됩니다. 그 이유로 대학에서의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프랑스 랭스(Reims)에 있는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인 뤼나르(Ruinart)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뤼나르의 양조책임자가 되었고 모든 생산을 총괄하는 지위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독일의 라인 강에서 배를 탔다가 비엔나 태생의 아가씨 소피 키르히너(Sophie Kirchner)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소피 키르히너는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부모는 딸이 프랑스에 가서 사는 것에 반대하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로버트 슐룸베르거는 뤼나르에서의 직업을 포기하고 1842년에 비엔나로 가서 소피 키르히너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게 됩니다. 물론 샴페인 제조 방식에 의해서였죠. 이렇게 탄생한 스파클링 와인 푀슬라우어 스파클링(Vöslauer Sparkling)은 1862년에 영국 왕실에도 납품하게 되었답니다.


와인의 아로마에서 사랑의 향기로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영화 <프렌치 키스, 1995>에서 순진한 역사 선생 케이트(맥 라이언 분)는 의사인 찰리(티모시 허튼 분)와 약혼한 사이로 그와 새 가정을 꾸밀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고소 공포증 때문에 비행기 타기를 두려워하는 케이트는 세미나 차 파리에 같이 가자는 찰리의 제의를 거절하고 집에 홀로 남습니다. 얼마 후, 케이트는 찰리로부터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바로 비행기를 타고 파리로 가던 중 건달같이 보이는 뤼크(케빈 클라인 분)라는 남자가 케이트에게 관심을 보이게 됩니다. 뤼크의 관심은 케이트의 가방 속에 숨겨 프랑스로 밀입국시킨 다이아몬드 목걸이이지만 어린애 같이 순진무구한 케이트에게 자꾸 끌리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뤼크의 고향집에 함께 가게 되고 그곳에서 뤼크는 케이트에게 그 고장의 와인을 한 잔 권합니다. “와인도 사람과 같다”고 말하며 그 향을 맡아보게 합니다. 이 와인에 대해 그저 “좋은 와인이네요.”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케이트에게 뤼크는 자신이 학창시절에 만든 아로마 키트를 보여주며 그 향을 맡아보게 합니다. 이어 케이트가 다시 와인을 음미하면서 본인이 새로 맡은 아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뤼크의 모습에서 케이트에 대한 감정이 생겨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로 밀반입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아서 포도원을 경영하며 건전한 삶을 찾겠다는 뤼크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저금해온 돈을 톡톡 턴 케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뤼크는 프랑스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려는 케이트를 뒤쫓아가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케이트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뤼크는 케이트에게 사랑을 고백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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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키스>가 워낙 인기가 있어서 그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뤼크의 제안에 따라 향을 맡아보는 케이트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이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 있지요. 와인의 아로마가 사랑의 향기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존 게이(John Gay, 1685~1732)는 “From wine what sudden friendship springs!”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From wine what sudden love springs!라고 외칠 수 있는 경험을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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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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