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I 몬타뇰라에 가다

2021.05.1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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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mage to Hermann Hesse – Part II 몬타뇰라에 가다

 

작년 당신의 생일인 7 2일을 전후하여 서울에서 당신과 당신의 수채화를 소개하는 전시회 <헤세와 그림들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3개월 동안 열렸습니다공교롭게도 이 전시회가 개최되는 기간 중에 정여울 작가는 <헤세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헤세로 가는 사진 100장과 100개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나는 같은 해인 작년 3월 초에 당신의 마지막 정착지인 스위스의 몬타뇰라(Montagnola)에 갔었습니다. 2012년 당신의 고향인 칼프(Calw)를 다녀온 후 내가 가졌던 가장 큰 꿈인 몬타뇰라의 방문이 드디어 이루어졌습니다그러고 보니 작년에 당신도정여울 작가도나도 모두 여행을 한 셈이네요당신은 당신에게로정여울 작가와 나는 당신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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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 작가는 <헤세로 가는 길>에서 당신의 고향인 칼프가 아주 수줍고 무뚝뚝한 느낌으로 자네왔나?’ 하고 넌지시 묻는 듯한 다정한 도시라고 적고 있습니다또한 이 도시에 있는 당신의 정겹고 곰살궂은 느낌을 주는” 동상이 자네이제야 왔는가, 10년 전부터 와야지와야지’ 하더니 이제야 왔구먼.”이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적고 있습니다나는 2012년 그리고 작년 2월 중순에 칼프에 갔었는데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러나 작년 2월 후 불과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당신의 또 다른 박물관이 있는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받은 인상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칼프에 대한 인상이 많이 희석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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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헤세의 고향인 칼프에서 헤세의 동상을 찍은 사진>

 

내가 작년 3 7일 토요일 오후찬란하게 햇빛이 비추던 날 몬타뇰라에 도착했을 때 나는 한편으로 몇 해전부터 가졌던 소망이 이루어진 탓에 너무나 행복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으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유럽에 출장을 갔다가 당시 스위스의 베른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유학하고 있던 딸아이를 방문하고 이 아이에게 당신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어서 몬타뇰라에 같이 갔었는데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마음속으로만 하염없이 울었습니다십 수년 전 몬타뇰라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루가노와 이 도시에 있으면서 이태리에 걸쳐져 있는 루가노 호수에 갔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탓이지요당시에 몬타뇰라를 몰랐던 어리석음과 루가노 호수에 접해있으면서 스위스에 속하는 아주 작은 마을 모르코테(Morcote)와 간드리아(Gandria)를 갔었던 기억그리고 루가노에 있는 어느 호텔의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갑자기 파노라마처럼 가슴 속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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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타뇰라에 있는 헤르만 헤세 박물관 앞에서>

 

몬타뇰라에 가면 당신이 1919년부터 1931년까지 거주했던 레지던스와 같은 건물인 카사 카무치(Casa Camuzzi)의 바로 옆에 당신의 박물관이 있고당신이 루가노 호수를 내려다 보던 곳자연을 바라보며 수채화를 그리던 곳가끔씩 들려 와인을 마시던 곳그리고 당신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부인이었던 니논 아우스랜더(Ninon Ausländer)와 함께 영원히 쉬고 있는 공동묘지 상크트 아본디오(S. Abbondio)를 볼 수 있습니다정여울 작가는 카사 카무치를 당신의 영혼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곳이라고 말합니다나는 당신이 자주 루가노 호수를 내려다 보던 곳에 당신의 영혼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평화롭지 못했던 유럽을 생각하며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당신의 인생을 생각하며어떤 문학작품을 쓰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에 대한 생각을 했을 바로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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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1904년에 발표한 소설 <페터 카멘친트>에서 어떤 와인을 마시고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이 포도주는 처음 한 잔은 떫고 자극적이지만얼마 후에는 나의 생각을 몽롱하게 하며조용하고 끝없는 몽상 속으로 이끌어주었다그리고 마술을 부리고창조하며자기 자신이 시를 짓기 시작했다그러면 한때 내가 아름답게 생각했던 모든 풍경이 눈부신 조명을 받으며 나를 둘러쌌다그 가운데를 나 자신이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꿈도 꾸고귀하고 따스한 생명이 나의 체내에서 도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바이올린으로 켜는 민요를 듣기나 하듯이다시 그 옆을 지나며 놓쳐버린 커다란 행복이 어디 있는지 아는 것처럼 너무나 반가운 비애로 끝을 맺었다.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의 상상력도 이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을 텐데만약 당신이 몬타뇰라에 살던 시절에 어떤 와인을 마시고 그 느낌을 적었더라면 어떻게 적었을 지가 궁금합니다어쩌면 구름의 맛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오랫동안 떠돌아다니지 않고 / 온갖 시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 구름을 이해할 수가 없지, / 방랑의 기쁨을” 당신의 수채화에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했던 구름당신이 사랑했던 구름! “이 드넓은 세상에서 구름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나보다 더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이 세상에서 구름보다 더 아름다운 사물이 있으면 나에게 가르쳐다오!”

 

몬타뇰라에서 당신의 흔적들을 찾으려고 애쓰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수박겉핥기에 불과했던 것 같습니다무엇보다도 당신과 와인 한 잔 같이 마실 생각을 못했기 때문입니다솔직히 당신에 대해서 너무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당신에게 더욱 다가가는 길에 다시 몬타뇰라가 있기를 바랍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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