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32. 와인의 르네상스

2021.04.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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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옛 건축물 판테온.


와인 시장의 향후 10년 전망과 트렌드는 어떨까? 여전히 내추럴 와인의 바람이 거세다. 가능한 한 인간의 영향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자연주의 와인. 내추럴 와인은 최근 생겨난 개념이 아니라 처음 와인이 만들어진 고대부터 자연 그대로 만들어 온 와인을 뜻한다. 와인의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일절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고 100% 유기농법으로 만드는 ‘비건 와인’도 더 많이 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르네상스는 학문 또는 예술의 재생, 부활이라는 의미로 고대의 그리스, 로마 문화를 부흥시켜 새 문화를 창출해내려는 운동을 말한다. 그 범위는 사상 문학 미술 건축 등 다방면에 걸친 것이었다. 5세기 말 로마제국 몰락과 함께 중세가 시작됐고 그때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시기를 인간성이 말살된 시대로 파악하고 있다. 르네상스는 고대의 부흥을 통하여 이 야만시대를 극복하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자연 그대로의 회귀가 곧 르네상스라고 한다면 지금 와인의 트렌드 또한 와인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을까?


로마제국 확장과 함께 와인 양조를 위한 포도나무가 유럽 전역에 식재됐고, 백년전쟁으로 영국의 막대한 자본을 지원받게 된 프랑스 보르도지역은 와인 품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생산력을 가지게 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꽃피기 시작하는 14세기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도 시작됐다. 그림을 그려주는 대가로 와인을 받는 거래도 했던 르네상스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 14세부터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20대에 성베드로 성당의 ‘피에타’를 만든 그는 성시스티나성당 천장화 ‘천지창조’를 통해 신의 영역을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

프랑스 로칠드 가문이 프랑스 와인을 이끌었다면 르네상스 시대를 이끈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지금의 이탈리아 와인을 발전시키고 보전할 수 있었다. 그 시대를 대변하는 예술, 문화 등의 배경에는 항상 와인이 같이 있었다.

르네상스시대 이후 과학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천문학과 물리학에서 기독교 교리와 상충하는 주장이 등장했다. 진화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는 저서 ‘눈 먼 시계공’에서 “우연에 의해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자연발생적으로 기원했으며 오랜 시간을 거쳐 진화해 오늘날 모습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을 다 밝혀낼 수는 없다. 사람은 지식과 경험 범위 안에서 예측한다. 그냥 절로 생겨나는 일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앞에 펼쳐지는 일의 원인과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우주와 생명이 우연히 탄생한 것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우연의 순간들이 모여 운명이 된다. 우연을 포착하는 방법은 없을까?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 우연한 발견으로 우리 운명을 바꿀 만한 일이 생기는 상상을 해보자. 인생의 진정한 감동은 우연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모두 함께 모여 와인 한 잔 할 그날, 새로운 ‘와인 르네상스’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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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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