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44. 가격이 중요한가요?

2021.04.04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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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남부 항구도시 두브로니크 풍경.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 비싼 와인이 품질도 좋을 거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비싼 와인만 좋은 것은 아니다. 가격대에 따라 좋은 와인이 많다. 잘 알려진 지역, 유명한 생산자,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만 선호하던 시대는 지났다. 와인은 특별한 날, 격식 있게 마시는 고급문화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중시하는 시대에 걸맞게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통적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강력한 브랜드 가치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추가된 가치를 제공하는 중요한 자산이었다. 뉴웨이브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케팅은 더욱 수평적으로 바뀌었고,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또한 점차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옹호한다. 전통적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경로가 인식-태도-행동-재행동으로 이루어졌다면, 뉴웨이브 시대에는 인식-어필-질문-행동-옹호로 바뀐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의 최신 트랜드는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를 무서워하지 않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브랜드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갖춘 브랜드 콘셉트를 도입하고 자발적으로 따를 수 있는 카리스마를 구축해야 한다. 브랜드는 더 인간적인 캐릭터를 갖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적인 면모, 리더의 특성을 갖춘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외형, 지성, 정서성, 사회성, 인간미,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전 세계 와인 생산 지역은 다양한 기후, 날씨, 토양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그곳 자연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를 반영한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와인을 많이 만들어낸다. 비즈니스 목표와 사회적 목표를 통합하는 비전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기능적·정서적 혜택뿐 아니라 사회적 혜택도 제공하는 인간 중심 관점의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와인 애호가는 호기심으로 와인을 즐긴다. 낯선 문화, 수많은 지명과 품종을 외우고 지식을 뽐내기보다 “이 와인은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해하며 와인을 즐긴다. 와인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며 마음에 드는 와인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

이제 생일에만 케이크를 먹던 시절처럼 특별한 날에만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까운 와인숍에서 와인 한 병 사는 기쁨. ‘스파이시하고 무겁거나 신선하고 가벼운’ 와인을 찾아도 좋지만 그냥 ‘정우성’ 같은 와인을 달라고 해보자.


어디든 편한 곳에서 와인 한 잔 마시는 여유. 와인에 관해 설명하기 어렵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사람에 대한 느낌을 비유해 이야기하면 된다. 좀 더 인간적인 와인, 와인은 그렇게 마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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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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