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칼럼] 01. 한국에서 와인은 지나가는 유행에 불과할까요?

2021.04.17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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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와인은 지나가는 유행에 불과할까요?>


1987년 11월에 와인 수입이 민간업자에게 허용된 이래로 작년까지 와인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왔습니다. 
단 2번 전년대비 와인 수입이 감소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1997년 말의 IMF 사태로 인한 
1998년과 2008년의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럽 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2009년입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막걸리 등 전통주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막걸리 열풍이 불던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와인 수요는 상대적으로 감소하지 않느냐고 걱정스레 물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수입맥주의 열풍 때문에 와인의 매출 동향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 최근 언론에 와인 관련 기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노출되고 있고 드라마에서도 와인이 자주 언급되는데도 이제 와인 열풍이 죽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까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와인을 마시는 현상이 단순히 지나가는 하나의 유행일까요?
아니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문화 현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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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같은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에서는 과거 30년 동안 거의 30 ~ 65% 가까이 일인당 와인 소비량이 줄었습니다그런데 세계 와인 생산량은 해마다 평균 1.5 ~ 3% 정도씩 증가해왔습니다. 전체 소비량도 증가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아시아 국가들과 브라질, 러시아 등 상대적으로 와인 비생산국에서의 와인 소비가 현저하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막걸리나 소주의 소비가 준다고 걱정들을 합니다. 하지만 총 주류 소비량은 줄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주종이 대체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의사소통기구가 발달하고 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어느 나라에서나 자기의 전통주의 소비는 줄고 다른 나라의 주류에 대한 소비는 증가하여 세계의 주류 문화가 서로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고 봅니다. 또한 사람들은 익숙한 것이 좋으면서도 늘 새로운 것을 찾으므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와인시장이 와인 성숙시장을 100으로 보았을 때 이제 겨우 20 능선 정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CEO들이나 전문 직업군들,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강좌에서 질문해보면 참석자중의 15 ~ 20% 정도가 집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와인을 마신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로 따지면 막 이륙하여 뒷바퀴가 활주로에서 벗어나는 단계라고 할까요? 바꾸어 말하면 본격적으로 시장 참여자 즉 와인 소비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륙했다가 커브를 작게 그리고 도로 주저앉는 경우도 다른 문화 현상에서는 허다하기에 굳이 와인 문화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퍼지고, 와인시장이 성장해나간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와인문화가 갖는 고급 이미지입니다.
원래 역사적으로 문화란 것이 Top down 방식으로 퍼져나갑니다. 여기에서 Top down이란 중세시대나 근대에 귀족이나 부자들만이 즐길 수 있었던 문화가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보다 많은 다수의 대중이 과거 소수만이 즐기던 문화를 함께 향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와인은 귀족과 왕들의 술이었고 맥주는 서민들의 술이었습니다.

둘째, 적당히 마실 경우 와인이 100% 포도즙으로 만들어져서 건강에도 좋다는 의학 연구 보고서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알려진 것으로는 소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는 말이 1991년에 미국 CBS의 ‘60 Minutes라는 TV방송을 통해 보도된 것과 2000년대 초반에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가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와인을 포함시킨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술 중에서 물이나 설탕 등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과실의 즙 100%로 만드는 알코올 음료는 와인밖에 없지 않을까요? 포도주스 조차도 사실은 장기 보존을 위해 90 ~ 95℃ 정도에서 순간 살균을 하거나 저온 살균이라고 해도 65℃ 근처에서 수 분간 살균하기 때문에 영양소의 일부는 파괴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은 상온 이하에서 발효하기 때문에 포도의 당분이 알코올로 바뀔 뿐 다른 영양소들은 그대로 보존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소득수준 향상으로 맛과 향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를 잡게 되기 때문입니다.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분들이나 다도를 즐기시는 분들 그리고 미식을 위해 전국을 넘어 전세계를 찾아 다니시는 분들은 결국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류 중에서 와인보다 더 다양한 맛과 향을 주는 주류가 있을까요?

넷째,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입니다.
내 자신을 분석해봐도 4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과거와 같이 더 이상 폭탄주를 마시기는 힘들어 지더군요. 소주도 그렇고요. 최근 몇 년간 소주와 위스키가 과거 보다 낮은 도수로 출시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몸이 청춘 시절처럼 말을 안 듣는 거지요. 그러면서 건강에 더욱 신경 쓰게 되니 자연스레 와인을 접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섯째, 여성의 사회 진출입니다. 
여성들의 알코올 분해 능력은 예외도 있겠지만 체질적으로 남성의 50% 정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도주를 선호할 수 밖에 없지요. 거기에 골드 미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력을 갖추게 되고 여성다운 품위를 유지하려고 하다 보면 알코올 음료 중에서 와인으로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지에 관한 선입견이란 것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소개 받은 경우 상대방의 주량이 소주 4병이라고 듣게 되면 사실 놀라게 됩니다. 주당 같아 보이고 어딘지 모르게 경계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와인 2병이라고 하면 ‘어? 경제력도 있고 교양도 있고 고상한 취미까지 있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와인 2병의 주량은 소주 4병에 맞먹는 양인데도 불구하고……

여섯째, 그 동안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던 높은 와인 가격 문제가 점차 해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많아지거나 많아 질 것으로 판단되면 해외 생산자(와이너리)들의 출하가격에 대한 가격 네고 파워가 한국의 수입사들에게 넘어 오게 되어 있고 그러면 국내 수입사들은 보다 많이 판매하기 위해 더 낮은 가격에 판매가를 책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OECD 국가들 중에 유일하게 우리만이 와인의 통신 판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도 통신 판매를 하는데…… 이 제도도 언젠가는 개선될 것이라고 보면 유통 단계가 단축되고 기타 여러 부대 비용이 절감되면서 가격인하 요인이 생기게 됩니다. 심지어는 해외 직구까지 가능하게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차피 지속될 문화이고 취하기 보다는 대화의 술이고 음식의 반찬처럼 마셔서 미식 활동을 도와 준다면 이 봄부터 와인에 제대로 취해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취한다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으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정지가 되는 정도를 말합니다. 사실 너무 작은 양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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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철형 (Chul Hyoung Lee)
(와인나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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