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oVision Paris 2018
VinoVision Paris 2018
‘북부 와인의 국제 박람회(Le salon international des vins septentrionaux)’라는 기치를 내건 비노비전(VinoVision)이 2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북부 와인은 어디인가? 바로 프랑스의 로쉘(Rochelle)과 리용(Lyon)을 잇는 선을 경계로 하여 그 북쪽, 즉, 산지 별로 보면, 프랑스의 루아르, 부르고뉴, 샤블리, 알자스, 샹파뉴, 보졸레, 쥐라, 사부아 지역과 그리고 유럽북부 와인생산국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이름부터 남부 와인이라고 붙여 있는 박람회 비니쉬드(ViniSud)가 벌써 20여 년째 굳건하게 몽펠리에에서 개최되어 왔다. 그러나 북부 와인에는 통합된 대표선수가 없었던 것이고, 이제 비노비전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나선 것이다.
비니쉬드에서는 ‘지중해 와인의 세계(World of Mediterranean Wines)’라는 부제를 붙여서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지중해 연안의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의 와인들을 아우르는 전시회로 키워 왔는데, 남부 와인이 지중해 와인이라면, 북부 와인은 대서양 와인쯤이라도 되는 것일까?
남부 와인은 따듯한 기후 아래 무르 익어 과실향이 가득한 레드 와인들을 주축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북부 와인은 서늘한 기후에서 익은 화이트 와인들과 샹파뉴를 중심으로 한 발포성 와인들을 대표선수에 합류시키고 있다.
이제 남북으로 나뉘어진 와인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프랑스 남북 와인의 단일팀은 2019년 파리에서
남부 와인을 대표하는 비니쉬드, 북부 와인의 기치들 든 비노비전, 이제 와인의 남북 대결이라도 열리는 것일까? 아니다. 이 두 박람회는 작년에 비노비전이 탄생할 때부터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내년에는 남북 와인 박람회 단일팀이 구성된다. 올림픽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라 와인 이야기다. 즉, 비노비전과 비니쉬드가 단일팀이 되어 2019년 2월 10일 ~ 12일에 파리에서 함께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세계 와인의 중심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는 그 동안 이렇다 할 국제적인 와인박람회가 없었던 것인데 이제 그 공백을 메우게 된 것이다. 올 2018년에는 그 전초전으로 파리에서 비노비전을(2월 12일 ~ 14일), 그리고 이어서 몽펠리에에서 비니쉬드를(2월 18일 ~ 20일) 연달아 개최함으로써 연계성의 불씨를 지폈다. 앞으로 비니쉬드는 몽펠리에와 파리를 한해 걸러서 오가며 개최될 예정이다. 즉 남부와 북부 와인의 통합 박람회는 홀수 해에 파리에서 열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20년 1월에 파리에서 개최하기로 발표된 비넥스포(Vinexpo)는 짝수 해에 그 역할을 함으로써 국제 와인박람회가 매년 파리에서 열리게 되어 서로 간에 경쟁보다는 보완 관계가 되는 셈이다.
비노비전의 등장은 이 뿐만이 아니라 World Wine Meetings와 연계하여 와인의 상담과 거래가 일주일 내내 지속되는 와인 주간을 가져오게 된다. 올해에도 남북의 두 와인 박람회 사이인 2월14~17일에 WWM가 가교역할을 맡아 개최됨으로써 와인주간이 지속되었다. 즉 프랑스를 방문하는 외국의 와인수입 및 유통 관계자들이 동시에 두 박람회에 이어서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WWM이 통합 박람회에 앞서(2019년 2월 6일~9일) 개최됨으로써 파리에서 와인 주간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비노비전 파리 2018 (VinoVision Paris)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린 박람회로 루아르, 부르고뉴, 알사스, 샹파뉴, 보졸레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이 주축이 되어 올해는 350여 개의 업체들이 약 5,000여 종의 와인들을 소개하였다. 북부 와인답게 샹파뉴의 와인과 부르고뉴, 샤블리의 화이트 와인들이 눈에 뜨였고, 루아르의 발포성 와인(크레멍)들이 대거 참가하였다. 내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와인이 전시되어 한층 더 외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 시음이 가능한 테이스팅 에비뉴와 마스터 클래스 등 업계의 전문가들이 폭넓게 와인들을 접할 수 있는 박람회가 되었다. 비노비전의 디렉터 샹탈 드 라못뜨(Chantal de Lamotte)는 “비노비전이 파리를 중심으로 하여 프랑스와 전세계 모든 지역, 그리고 와인 모든 분야의 전문가, 와인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살롱으로 이미 그 지평을 열어가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보면 북부 와인의 실험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북부 와인을 표방하는 비노비전이 제시하는 비전은 벌써 가시화되고 있다.
<루아르 중부 와인 협회(Bureau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u Centre)의 디렉터인 브노아 루메(Benoit Roumet)>
남부 와인과 북부 와인
비노비전 박람회는 ‘북부 와인의 국제 박람회(Le salon International des vins septentrionaux)’라고 부제를 달고 개최되었다. 그러나 영문판에는 ‘냉 기후 와인 박람회(The International Cool Climate Wine Exhibition)’라고 되어있어 북부 와인과 냉 기후 와인이 같은 부류의 와인들을 지칭함을 보여주고 있다.
비노비전이 제시한 와인 폴리(Wine Folly)의 자료에 따르면, 북부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은 상대적으로 기후가 서늘한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칠레, 뉴질랜드, 미국 오레곤, 워싱턴, 뉴욕 주, 프랑스 북부지역이 되며, 수확기에 온도 강하가 심한 지역이 되므로 산미가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낮으며 청량한 와인들이 생산된다.
남부 와인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아르헨티나, 캘리포니아,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프랑스 남부등과 같이 따뜻한 기후지역에서 얻어지며, 연간 기온변동이 덜하고, 따라서 잘 익은 포도로 과일향의 풍미가 넘치는 와인이 생산된다.
그 동안 와인을 색상에 따라 레드와 화이트, 가스 유무에 따른 발포성 와인과 스틸 와인, 혹은 맛에 있어서는 스위트 와인과 드라이 와인 등으로 나누어 왔는데 새로운 분류가 등장하는 셈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남부 와인에, 그리고 독일은 북부 와인에 치우친 반면에 프랑스는 남부 와인과 북부와인을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니쉬드가 앞서서 남부 와인을 떼어냈고, 이제 비노비전이 북부 와인을 내세우며 와인 종류와 산지를 나누는 듯 하더니만, 어느새 통합하여 프랑스를 모든 와인을 아우르는 와인 중심지로 스스로 부각시키고 있다. 묘하게도 이런 분류는 경쟁자가 될 다른 국제적인 와인 박람회가 열리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에 와인산지로서의 지역적 편중이란 뉘앙스를 남기면서, 프랑스를 통합된 국제적 와인 박람회의 중심지로 부각시키는 기세를 보이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국제적 와인박람회의 출현은 와인의 교역을 좀더 활성화시키고, 와인 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니 내년 2월 파리에서의 남북통합 와인박람회가 기대가 된다.
WRITTEN BY 이관영(Kwan Young Lee)
와인 어드바이저 / 프랑스 국가 공인 CES(Conseiller en Sommell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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