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백은주’ 교수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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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Columnist Interview>
“유학시절 동네 와인메이커인 줄 알았던 앙리 자이에 같은 전설들과 함께 와인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영광”




THE SCENT_
부르고뉴 대학교(Université de Bourgogne)에서 ‘DU Diplome de Technicien en Oenologie’ 과정을 이수하셨습니다. 유학가시기 전에 한국에서 하신 일과 유학가시게 된 동기 그리고 부르고뉴에서의 학위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백은주_
유학 가기 전 한국에서는 와인과 상관없는 일을 했습니다. 지역 방송국 다큐프로그램 작가였습니다. 
부르고뉴 대학교에는 와인관련 학과가 DTO(Diplome de Technicien en Oenologie) 과정과 DNO(Diplome National Oenologie) 과정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저는 DTO를 이수했고 와인 양조 기술자과정이라고 번역하면 좋겠습니다. 
DU는 Diplome University의 약자입니다. 와인 양조 기술자를 양성하는 DTO과정에서는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부터 감정과 평가까지 모두 습득하여 다양한 변수 사이에서 와인의 품질을 지켜내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을 배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것은 이상론에 불과하며 외국인인 제게 현실적인 목표는 오직 외국어 장벽을 뛰어넘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시험에 무사히 통과해서 낙오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커리큘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와인의 구성 성분과 발효, 숙성, 보관 처리 등을 다루는 이론 수업인 ‘양조학’과 실기로 이루어지는 ‘관능 검사’ 그리고 ‘와인 성분 측정 검사’입니다.
‘관능 검사’에서는 다양한 성분을 맛볼 수 있도록 감각기관을 훈련하는데, 주로 와인이나 시음용액을 시음합니다. 그리고 ‘와인 성분 측정 검사’는 와인에 들어 있는 성분 함유량을 측정하기 위해 화학실험을 하는 시간입니다.
이 세 가지는 와인 양조가가 되는 데 꼭 필요한 이론과 실기 모두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THE SCENT_
부르고뉴 대학교의 와인 양조자 기술자과정을 이수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학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백은주_
프랑스에서 와인을 공부하려면 대학교의(Université)에서의 양조 아니면 전문학교(Ecole)에서의 마케팅을 선택해야 하는데 전 마케팅 보다는 양조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제가 DTO를 지원하기 전에 이미 대학에서 테이스팅 전문과정이나 떼루아 전문과정을 이수했기 때문에 와인양조를 그 동안 쭉 공부해 온 것이어서 나름대로 기본기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수업내용도 대부분 암기를 요하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사람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와인 성분 측정 검사’라는 복병입니다.
‘와인 성분 측정 검사’는 먼저 기초 화학과 수학 상식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측정할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화학실험을 한 다음 공식을 대입해서 와인 1리터당 성분 함유량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은 교수님의 설명이 끝나면 2인 1조로 구성된 팀 앞에 실험 도구와 와인 한 병이 놓여지고 실험이 시작됩니다. 실험이 무사히 끝나면 성분 함유량을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체크해주는 형식입니다. 
제게는 위험하기도 한 이 실험을 빠른 시간 안에 실수 없이 마쳐야 해서 집중력이 필요한 고난이도의 작업이면서 화학식과 수학식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버라이어티 종합예술(?)이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또한 실험을 해야 해서 제 인생에서는 가장 큰 도전의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또한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와인산지로서는 보르도만 유명했지 부르고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과감하게 부르고뉴를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느 그로(Anne Gros) 같은 부르고뉴의 유명한 와인 양조자들이 무식한 제게는 그저 평범한 동급생이었고, 
학교행사 때마다 오시는 좀 연세 있으신 동네 와인메이커인 줄 알았던 앙리 자이에(Henry Javer, 그렇게 유명하신 분인 줄 꿈에도 몰랐죠) 같은 전설들과 함께 와인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면 사대주의와 자격지심이 묘하게 꼬여서 다가가지 못했을 텐데 무식해서 용감하다는 진리를 몸소 겪은 셈입니다.

THE SCENT_
주요 약력에 보면 ‘영국 WSET Diplomas 과정’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구체적인 설명 좀 해주세요.

백은주_
영국 WSET는 와인 자격증 시험을 시행하는 글로벌 교육기관인데 여러 레벨로 나뉘어져 있고 저는 레벨 4에 해당하는 Diplomas 과정을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런던 현지에 가서 배우는 것도 좋겠지만 저처럼 원거리 교육을 받는 장점 또한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의 소믈리에나 전문가들이 한 클래스로 묶여있어서 리포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각 와인산지의 최신 정보를 생생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시험을 보기 위해 영국의 런던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 저는 ‘Unit 2’만 시험을 보고 잠시 보류 상태인데 박사학위를 마친 뒤 다시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THE SCENT_
WSET 인준 와인 강사이신데 WSET 인준 와인 강사로 활동하려면 어떠한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하나요?

백은주_
물론 WSET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소정의 인준 강사 프로그램을 마친 후 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와인강사 인준 프로그램은 영국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정규적인 시행이 아닌 필요 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HE SCENT_
아시아와인트로피, 베를린와인트로피, 그르나슈 뒤 몽드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셨는데 그 경험에 대한 설명 좀 해주세요.

백은주_
정말 소중한 경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거니와 현재 와인 양조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 훌륭한 테이스터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저는 심사위원으로 가게 되면 최대한 팀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와인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식견을 높여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경험들을 하기도 하는데요. 영어를 잘 못하는 이태리인, 스페인 심사위원들과 한 팀이 되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짧은 영어로 자신들의 대화를 제게 통역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만 뺀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너무 얘기를 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이태리어인지 스페인어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어봤더니 각자 모국어를 하는데 이태리어랑 스페인어랑 비슷해서 의사소통은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THE SCENT_
양조학을 전공하시고 강사로 주로 활동하고 계신데 소믈리에들과 테이스팅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백은주_
기본적으로 와인을 감정하고 평가하는 것이 테이스팅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양조학을 공부하면 지금 와인의 상태뿐만 아니라 원인을 짚는데 좀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 드렸던 국제적인 테이스팅 심사를 하다 보면 양조자들이 테이스팅에 좀 더 엄격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와인양조 과정 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테이스팅에서 발견하는데, 
그런 풍미나 맛이 마시기에 거슬리는 점만 없다면 소믈리에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THE SCENT_
이미 취득하신 석사학위와 앞으로 제출할 박사논문에 대한 설명 좀 해주세요.

백은주_
석사는 와인소비자들이 와인 구매 시 느끼게 되는 위험지각에 관한 논문을 썼습니다. 논문 제목은 ‘와인소비자의 위험지각이 위험감소행동 및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와인소비자의 지식을 조절변수로’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드리자면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하는데 구매를 꺼리게 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또 그럼 위험요소들을 피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박사논문은 아직 구상 중입니다.

THE SCENT_
남편이신 최신덕 비노쿠스 대표님과 와인을 같이 마실 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시나요?

백은주_
집에서는 일과 관련된 얘기를 별로 안 해요 ㅎㅎㅎ.

THE SCENT_
가장 즐겨 마시는 와인이 부르고뉴 와인인가요? 특히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백은주_
좋아하는 와인 가운데 하나가 부르고뉴 와인이기는 하지만 저는 와인에 대한 편식이 없는 편입니다. 마트의 7천원 와인부터 (가능하다면) 고가의 와인까지 모두 즐겨 마십니다.

THE SCENT_
<더 와인바이블>을 공역하셨고, <와인테이스팅 노트 따라하기>를 감수하셨습니다. 앞으로 번역하거나 쓰고 싶은 책이 있나요?

백은주_
출판까지는 모르겠지만 계획하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깊이 있는 테이스팅 전문서적, 음식과 와인 매칭에 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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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와인∙워터∙티 마스터 소믈리에 전문가 과정
‘백은주’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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