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와인 시음회 후기
봄꽃 와인 시음회 후기
화려하던 벚꽃과 철쭉이 만발하던 4월 중순, 봄꽃을 주제로 한 와인테이스팅 행사가 서초동에 위치하고 있는 와인스튜디오 하트스페이스에서 열렸다. 봄꽃을 연상시키는 꽃향기 가득한 와인들을 주제로 하여 이에 어울리는 봄 제철음식들을 페어링하는 시간이었다.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와인을 시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데 봄꽃을 활용한 제철음식을 함께 한다니 상큼한 봄기운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삼삼오오 참석자들이 도착했고 약 1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와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와인시음이 시작되었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6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하였으며 아베크와인에서 수입되는 와인들 중 특별히 꽃향이 많이 나는 와인들로 엄선된 와인들이었다.
발포르모사 그랑바론 까바 로제(Vallfromosa Gran Baron Cava Rose)는 버블사이로 피어나는 꽃향과 연한 핑크빛으로 시음회의 오프닝 분위기를 부드럽고 화사하게 만들어주었다. 발포르모사의 그랑바론 까바 로제는 까바생산지로 유명한 스페인 페네데스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품종은 일반 까바와는 달리 가르나차와 모나스트렐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옅은 체리빛을 띠고 있으며 향도 신선한 과실향과 우아한 꽃향이 매력적인 와인이다. 부드러운 거품이 입안을 섬세하게 감싸는 느낌이 있어 섬세한 아무즈 뷰셰나 신선한 애피타이저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이다.
이어서 등장한 와인은 에스타 비뉴 베르드(Esta Vinho Verde). 이름만 들었을때는 베르데호로 만들어진 스페인와인인가 했으나 의외로 다양한 토착품종들의 블랜딩으로 만들어진 포르투갈와인이다. 비뉴 베르드(Vinho Verde)는 Green wine이라는 뜻으로 포도가 아직 녹색일 때 일찍 수확한다는 것과 연관성이 있는 와인이라고 한다. 밝은 그린 색으로 디자인된 병의 모습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신선한 과실향과 하얀 꽃향들이 입안 가득 퍼져 편안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었다.
두번째 화이트 와인으로는 보졸레의 유명한 생산자인 쟈크 샤를레가 랑그독 루씨옹 지방에서 만든 샤도네이가 서빙되었다. 보졸레 와인의 1위였던 조르쥬 뒤뵈프를 제치고 가장 뛰어난 보졸레 와인 생산자로 자리매김 하게 된 쟈크 샤를레. 시트러스계열의 상큼한 향에 우아한 흰꽃 계열의 향이 돋보이는 깔끔하고 절제미있는 와인이었다.
첫번째 레드와인으로는 역시 쟈크 샤를레의 생따무르였다. 보졸레 지방의 주 품종인 갸메는 피노누아와 비슷한 투명하고 맑은 빛깔을 지녔으며 가벼운 탄닌에 체리계열의 과실향과 우아한 꽃향이 특징이다. 쟈크 샤를레의 생따무르는 왠만한 피노누아 못지 않게 밸런스 좋은 바디감과 부케가 돋보이는 와인이었다.
두번째 서빙된 레드와인은 루씨용 지방에서 생산된 샤또 플라네르 쿰 다스(Chateau Planeres Coume d’Ars)였다. 까리냥, 그르나쉬, 쉬라 등이 블랜딩 되어있으며 검은 과실류에 향신료향, 무겁지 않은 바디감에 적당히 스파이시한 후추와 허브계열이 복합미를 더해주었다. 탄닌이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부케를 가진 와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와인은 독일 적십자 리슬링 아우스레제. 독일 적십자 소속의 와인이며 와인을 판매하여 발생하는 수익의 85%는 장애자우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착한 와인이다. 모젤지방에서 생산된 리슬링으로 꿀, 아카시아, 흰 꽃 계열의 플로랄향과 오렌지껍질, 복숭아, 리치, 꿀, 등 농밀한 과실향이 진하게 이어지면서도 높은 산도가 훌륭하게 밸런스를 이루며 긴 피니쉬를 자랑했다.
이날 준비된 음식은 꽃으로 장식한 오픈 까나페와 식용꽃 새싹 샐러드, 바질페스토소스를 넣은 콜드 파스타, 봄나물과 식용꽃을 넣은 비빔밥, 된장소스를 넣은 삼겹살 호박말이 등 다양한 칼라를 자랑하는 식용꽃들로 더해져 식탁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특히 고추장을 넣지않고 나물자체의 간만으로 비벼낸 비빔밥은 함께 서브된 비뉴베르데와 쟈크샤를레 샤도네이, 생따무르까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어 참석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았다. 메인으로 나온 삼겹살 호박말이 역시 고기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아 미디움 바디의 생따무르와 샤또 플라네르 쿰다스와 좋은 궁합을 보여주었다.
이날 주제가 봄꽃이니만큼 와인자체의 무게감이 높지 않고 탄닌도 무겁지 않은 와인들로 구성되어 음식 역시 너무 무겁지 않은 중간바디감을 보여주는 음식들로 준비되어 조화로운 페어링이 되었다. 참석자들 역시 시음회보다는 거의 디너에 가까운 풍성한 와인과 음식을 무척 즐기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의 와인에 대한 수준도 상당한 차이를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이날 시음회의 가장 인상적인 와인은 비뉴 베르데 포르투갈 화이트와인을 꼽았다. 부담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큼하고 매력적인 향과 크리스피한 맛이 돋보이는 ‘언제든 마시고 싶은 와인’이라며 입을 모았다.
다들 처음 뵙는 자리라 어색할 수도 있는 자리였으나 역시 와인의 힘이란 대단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고 나중엔 마치 10년지기 친구들 모임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갔다. 와인의 아름다운 부케와 다채로운 봄꽃제철음식으로 코와 입을 동시에 만족시킨 흥겨운 시음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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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센트 편집부 오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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